인간이 가지는 보편적 감정으로서의 수치심은 그 정서적 성격과 경험을 규명하는 것에 있어서 다양한 심리학적 연구의 주제가 되어 왔다. 특별히 수치심을 자기에 대한 내성과 관련한 정서로서 다른 정서들과는 뚜렷이 구별되는 자기 의식적 감정으로 규명하는 경향의 정신 분석적 연구들이 진행되었다. Michael Lewis는 수치심을 자기 전체에 대한 자기의 평가와 관련한 감정이라고 보고 있다. 즉 수치심이 일어날 때 자기에 의한 자기의 평가는 수치심을 유발하게 된 자기의 행동뿐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정체성과 자기 존재감 전체에까지 미치게 되는 것으로 총체적 자기에 초점을 두게 된다. 이러한 관점으로부터 볼 때 수치심은 자기 전체에 관심을 가지는 특성을 지니는 감정으로서 자기 자체의 결함들을 자각하는 총체적 자기의 인식을 반영한다. 이처럼 자기의식과 관련한 감정으로서 수치심을 보는 경향은 Helen M. Lynd와 Helen B. Lewis의 연구에 역시 잘 나타나 있다. 수치심을 자기의 심리적 경험에 초점을 두고 있는 연구는 특별히 코헛이 자기 심리학 안에 잘 드러나 있는데, 그는 자기의 심리학을 정립함으로써 수치심이 자기에게 미치는 영향을 자기의 자기애적 발달 구조 안에서 강조하였다. 코헛의 이론에서 수치심은 응집적 자기의 건강한 발달을 위해 충족되어야 할 자기애적 욕구와 관련한 총체적 자기 구조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즉 코헛에게 있어서 수치심의 경험은 자기가 자기 대상과 맺고 있는 관계의 역동성에 달려있으며 이러한 역동성은 생애 전체를 통해서 총체적 자기의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자기와 관련된 심리 내적 경험에 초점을 맞추는 수치심에 대한 코헛의 연구는 무엇보다도 자기의 상처를 반영하고 있는 수치심의 보다 근원적인 자기-자기대상 관계의 심리 역동적 이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치심 경험에 대한 심리학적 이해에 그 유용성을 더하여 주고 있다. 수치심의 심리적 경험을 총체적 자기와 관련한 감정으로 논의하는 것에 있어서는 먼저 Gerhart Piers and Milton B. Singer의 수치심에 대한 초기의 연구로 거슬러 올라가 볼 필요가 있다. 그들의 연구에서 피어스는 수치심을 죄책감과 대비하여 개념화했는데, 그는 수치심과 죄책감이 각각의 다른 심리 내적 패턴과 경험으로 구분됨에도 불구하고 종종 서로 교차하여 일컬어지는 것을 지적하고 이 둘을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는 정의를 제안했다. 피어스는 죄책감을 자아와 초자아 사이의 내적인 긴장에서 생기는 것으로 자신이 어떤 규범을 어기는 행위로 인해 양심으로부터 생기는 처벌에 대한 두려움에 대한 반응이라 하고 있다. 반면에 수치심은 자아와 자아 이상 사이에서 생기는 내적인 긴장의 결과로써 자신이 자아 이상에 다다를 수 없는 자신의 실패감 혹은 부적절함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는 바로 자기의 결함에 대한 반응이며 따라서 그러한 결함이 있는 자기가 거절당하거나 버림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 내재화되어 있다. Helen M. Lynd는 피어스가 개념화한 수치심에 대하여 그 개념적 정의를 더 발전시켰다. 린드 역시 수치심과 죄책감의 개념적 구분을 강조하고 특별히 수치심의 연구가 대체로 죄책감의 하위연구로 진행되어왔음을 지적하면서 수치심의 구분된 개념적 정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린드는 수치심의 경험에 총체적 자기를 관련시키고 이러한 경험을 자기 정체감을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제시했는데, 즉 자기 인식을 자기 정체성과 관련하여 수치심의 경험에 중심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린드의 연구에 영향을 받은 Helen B. Lewis는 수치심과 죄책감의 구분을 "자기 대 행동"의 관점에서 명시하고 있다. 즉 수치심은 자기에 관한 것이며 죄책감은 자기의 행동과 관련된다. 수치심과 죄책감은 둘 다 부정적인 자기 평가와 관련한 감정들이지만, 수치심에서는 "자기"가 부정적 평가의 중심적인 대상인 반면 죄책감에서는 부정적 평가의 대상이 자기가 아니라 자기가 했거나 하지 않았던 "행동"인 것이다. 가령 수치심의 경험은 "나는 나에 대해서 수치를 느낀다"는 것이고, 죄책감의 경험은 "나는 내가 행한 어떤 것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치심은 죄책감보다 더 직접적으로 자기와 관련된 것이며 부정적인 자기 평가와 관련한 자기의식을 고조시키게 되는 감정인 것이다. 린드는 또한 수치심을 자기의 개인적이고 불안정한 측면들이 드러나는 경험이라고 본다. 이러한 드러남은 타인들에게 드러나는 경험일 수도 있지만 타인들이 관련되었든 아니든 간에 그것은 언제나 자기 눈에 드러나게 되는 경험을 말한다. 이와 같은 관점은 Andrew P. Morrison의 수치심에 대한 견해에서도 나타나는데 그는 수치심을 자기 눈을 통해서 보게 되는 자기에 대해 가지는 혐오스러운 느낌이라고 본다. 물론 자기를 바라보는 자신의 이러한 시각은 자신에 대한 타인들의 평가를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어쨌든 이러한 수치심의 경험은 결국 자기 눈을 통해서 드러난 자기를 바라다보는 경험이며 이 드러남의 경험은 자신에 대한 평가를 통해서 예기치 않게 경험된다. 이처럼 수치심은 전체 자기에 대한 핵심적 경험이며 그 자기는 수치심 안에서 다름 아닌 자기 눈에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수치심은 그렇게 총체적 자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쉽사리 없어지거나 제거되지 않는다. 죄책감은 전체 자기로부터 떼어낼 수 있는 자기의 한 부분, 즉 자기의 특정한 행동과 연관되므로 자기로부터 그 행동만 분리해 내거나 또한 그 행동에 대하여 속죄함으로써 죄책감을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치심은 린드가 기술하고 있듯이 전체 자기의 정체성과 관련된 감정이므로 거기에 무엇을 더하거나 빼버림으로써 수정할 수도 없고 지워버릴 수도 없으며, 또 어떤 보상을 통해서 해결할 수도 없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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