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심은 약하고 깨어지기 쉬운 자기 자신의 무가치함과 부적절함의 표현이며 주로 낮은 자존감이나 우울감 등으로 나타나지만, 수치심 또한 그러한 무가치함과 부적절함에 대한 자기 자신의 수치스러운 느낌을 피하거나 줄이기 위해서 흔히 다른 행동의 현상들을 통해서 드러나기도 한다. 즉 수치심의 방어로 나타나는 현상들에 대하여는 Gershen Kaufman과 John Bradshaw의 연구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는데,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들을 꼽는다면 격노, 완벽주의, 교만, 경멸, 권력과 통제를 추구하는 것, 비판과 책망, 타인을 기쁘게 하거나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기 등을 들 수 있다. 즉 이런 행동들은 자신의 수치심을 가리기 위해 타인에게 자신을 과시하거나 자신을 좀 더 잘 보이려 하며 또한 타인에게 자신의 수치심을 전가하려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는 모두 자기가 자신의 수치감을 직면하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이 느끼는 수치심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하는 수치심에 대한 방어 전략들이다. 다시 말해서 이는 수치심을 느끼는 것 안에서 가지는 자기의 결함을 보호하고 보상하려는 것에서 비롯된 현상들이다. 즉 겉으로 드러나는 방어적 행동들 안에는 수치심이 숨겨져 있는 것이고 그로 인해서 수치스러운 자기로부터 소외된 자기의 상처가 깊이 가려져 있는 것이다. 따라서 수치심을 자기의 결함이라는 측면으로부터 이해하는 것은 자기의 결함을 메우기 위해 나타나는 수치심의 방어적 표현들에 역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된다. 결국 수치심을 돌보는 것에 있어서는 특별한 이유 없는 적대적인 태도, 타인을 무시하고 통제하려는 태도, 타인들을 비난하며 타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행동, 혹은 무조건 타인들의 비위를 맞추고 잘해 주려는 현상들 속에 혹시라도 숨어있을 수치심, 즉 가려진 자기애적 상처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이해의 지평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수치심의 돌봄은 자기애적 결함이 있는 자기의 상처를 돌보는 것이 되며 이러한 돌봄은 공감적인 자기대상의 기능에 달려있다. 즉 수치심의 돌봄을 위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공감적이고 믿을만한 자기-자기대상 관계 안에서 자기대상이 되어주는 일이다. 그러나 공감적인 이해와 반영을 통해서 수치심의 상처를 수용할 수 있으려면 먼저 수치심으로 드러나는 자기애적 상처를 가슴 깊이 이해하는 일이다. 즉 다시 말하면 수치심을 자기구조의 결핍으로 인한 자기의 결함에서 비롯된다는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이다. 이러한 이해가 선행될 때 수치심 안의 자기애적 상처를 감추고 결핍된 자기의 구조를 메우려는 노력으로 나타나는 수치심의 방어적 현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수치심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이 가진 자기의 상처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함께 이들에게 경험되는 돌보는 이의 자기대상 기능은 약하고 깨어지기 쉬운 자기를 가진 그들에게 자기구조를 다시금 튼튼하게 세울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자기대상으로 기능하는 돌보는 이의 공감적 역할을 통해 그들은 이전에 결핍된 어느 영역의 자기의 구조를 회복할 수 있으며 수치심 안에서 결함으로 가졌던 자기의 상처들이 치유되고 온전한 자기를 다시 새롭게 구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그들은 수치심에서 벗어나 새롭게 구축된 자기를 견고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일상을 살아가면서 자기대상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건강하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돌봄이란 언제나 그것을 필요로 하는 매우 구체적 현장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의 사회문화적 상황에서 기능할 수 있는 자기대상 역할에 대하여 보다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게 된다. 그렇다면 특별히 한국인의 자기가 경험하는 수치심의 독특한 문화적 요소들 역시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인은 타인들의 의견이나 사회적 가치와 이상 또는 공유된 목표에 특히 민감하다. 그것은 한국인에게 주체로서의 자기가 됨은 자기 그 자체의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자기의 주도성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관계와 위치 안에서 객체적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인의 수치심은 대개 사회적 기준과 이상에 따라서 타인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에 기준으로 하여 자기 자신에게 가지는 부정적 평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국인들에게 수치심은 아주 친근한 가까운 관계들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데 왜냐하면 가깝게 관계를 맺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지는 의무와 책임에 대한 자기의 실패에서 수치심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며 그 결과 그 관계들로부터 배제당할 위협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치심 경험은 특별히 한국의 "체면" 구조에서 잘 나타나고 있는데, 즉 체면을 잃는다는 것은 수치심 경험의 본질적인 것이 된다. 이는 곧 자신의 자기애적 자기가 잘 반영되기를 바라는 욕구가 타인들이 눈을 통한 객관적 현실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모순을 수치심 안에서 경험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수치심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는 체면을 유지하거나 지키는 것이 한국인에게는 중요한 것이 되고 타인들이 자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어떻게 자기가 타인들의 관심과 기대에 부응할지가 중요한 관심거리가 된다. 결국 체면 안에서 자기를 다양한 상황에 잘 맞추고 사회적 화합을 위해서 자기의 의견을 공적으로 일치하게 하려는 경향을 가지는 것은 수치심을 피하는 하나의 방어적 방법이다. 이렇게 볼 때 한국문화에서 나타나는 체면 유지의 현상이 사실상 수치심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려는 방어적 노력일 수 있다는 공감적 이해는 한국인의 자기가 필요로 하는 자기대상 기능의 문화적 요청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수치심의 돌봄과 치유를 위해서는 한국문화 안에서의 보다 구체적인 자기대상의 공감적 기능과 자기대상 환경이 한국 사회 안에서 한국인들이 맺는 건강한 관계들을 통하여 잘 형성되도록 요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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