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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자기의 장애로서의 섭식장애 - 자기의 결핍

by 마음 알약 2022.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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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헛의 자기 심리학은 인간이 태어나서 자라나는 동안 유아의 자기애적 자기의 발달 과정 안에서 유아의 자기가 그 자기대상의 공감적 돌봄을 통하여 어떻게 건강하고 응집력 있는 자기로 구축되는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유아의 자기가 구조적으로 건강하고 응집적인 자기로 발달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자기를 구축해가는 과정에서 자기대상의 공감적 보살핌의 심각한 실패로 인하여 생기는 자기구조의 결핍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유아는 심각한 자기애적 외상을 경험하게 되고 자기의 구조적 결핍 안에서 자기의 결함을 경험하게 되며 이는 결과적으로 자기 병리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의 병리적 측면들은 코헛이 자기 심리학의 틀 안에서 관심을 두었던 자기애성 성격장애의 앞선 논의에 잘 나타나 있는데, 결국 자기애성 장애의 원인은 자기의 발달과정에서 유아기에 자기애가 충분히 잘 발달할 기회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자기구조를 건강하게 잘 구축할 수 없었던 발달의 결핍 때문이다. 코헛은 자신이 분류한 자기의 병리 중 자기애성 장애로서의 자기애성 성격장애와 더불어 성도착이나 중독증 또는 반사회적 비행과 같은 행동으로 나타나는 자기애성 행동장애에 관심을 두었는데, 여기서 코헛은 섭식장애를 중독의 연장선상에서 자기애성 행동장애로 분류하였고 중독을 보이는 것과 같은 관점으로부터 논의하고 있다. 특별히 코헛은 중독적 행동의 범주 안에 섭식장애를 포함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코헛이 말하는 중독적 행동은 마약 혹은 다른 중독적 화학물질의 중독뿐만이 아니라 음식이나 섭식장애까지를 모두 포함하는 물질 남용 장애와 관련이 있으며 이러한 중독적 성향은 자기의 구조적 결핍에서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코헛은 섭식장애를 자기애적 상처로 인해 생기는 자기의 구조적 결핍이 외적으로 행동화되어서 드러나는 자기애성 행동장애의 하나로 보고 있다. 단지 음식과 체중의 문제로 보이는 현상들을 넘어서 심리 장애로서의 섭식장애의 현상과 심리적 원인을 정신 역동적 관점에서 분석해 보고자 할 때, 특별히 섭식장애를 자기 장애의 하나로 보는 코헛이 자기 심리학은 자기의 장애의 원인인 자기애적 상처가 섭식장애로 나타나는 현상들 속에서 어떻게 자기의 구조적 결핍을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 고찰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의미 있는 통찰을 주고 있다. 코헛이 말하는 건강한 자기란 자기대상으로서의 부모가 제공하는 최적의 공감적 기능을 통해서 발달하게 되는데, 그러한 자기대상의 역할은 "자기의 일부로 경험되는 대상"으로서 거울 자기대상, 이상화 자기대상, 그리고 쌍둥이 자기대상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즉 유아의 과대성과 과시성을 잘 반영해주며 인정해 주고, 유아의 이상화를 즐겁게 받아들이고 유아와의 융합을 허용하며, 또한 그저 말없이 함께 있어 주면서 자신과 일치시키려는 유아의 필요 대상이 되어 준다면 유아의 원초적 과대성과 이상화는 내면화된 심리구조로 변형되어 건강한 포부와 현실적인 자존감을 형성하며, 건강한 이상이나 가치를 추구하고 자신을 스스로 달래며 긴장을 견딜 수 있는 응집적인 자기로 발달할 수 있다. 따라서 자기의 장애 혹은 자기애성 장애, 보다 구체적으로 자기애성 행동장애로서의 섭식장애는 바로 그러한 발달과정을 통한 자기 구조의 내면화 과정에서 자기대상으로 기능하는 부모의 심각한 공감적 실패로 인해 어떤 결핍이 생겼을 경우 발생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코헛의 이러한 자기 심리학적 관점 안에서 섭식장애를 논의하고 있는 대표적인 학자들로는 Alan Goodsitt과 Richard A. Geist를 들 수 있는데, 이들은 특별히 거식증을 중심으로 섭식장애의 많은 특징들을 자기의 결핍이라는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다. 섭식장애를 가진 사람들, 특히 초기 거식증 환자들은 만성적으로 반복되는 극심한 긴장 상태로 고통받는다. 즉 긴장을 달래고 조절하는 능력이 내적 구조에 내면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자기들의 긴장을 줄이기 위해서 걷잡을 수 없이 자기 외부로부터 자기를 강하게 자극하는 행위에 전념하게 된다. 이러한 행위들이 바로 계속해서 굶고, 폭식하고, 토하는 것을 반복하는 힘겨운 신체적 싸움이다. 이는 결국 자기대상인 부모의 공감적 실패 때문에 자신을 스스로 달래고 긴장을 조절하는 구조적 기능을 내면화하지 못하게 되어 자기구조의 결핍을 가져오게 되고, 결과적으로 나중에 섭식장애를 가져오게 하는 동기가 된 것이다. 즉 거식증과 폭식증의 증상들 밑바닥에는 자기의 구조적 결함을 채워보려는 원초적 노력이 깔린 것이다. 일반적으로 거식증이 있게 된 이들의 가족은 그들의 내적 경험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격려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채 그들을 성장시켜왔다. 그래서 그들에게 불안이나 걱정이 생기면 그것을 무시하거나 축소되거나 아니면 그대로 묵살되어왔고 결과적으로 그들의 자기감은 잘 발달하지 못해 온 것이다. 또한 어떤 부모들은 아이의 근심에 대하여 극도로 긴장한 나머지 자신들이 아이의 근심으로부터 영향받지 않기 위해서 그 걱정을 급하게 없애버리려 한다. 이런 경우에 있어 실제 아이에게 어려움을 유발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하여는 전혀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데, 즉 이제 싹트기 시작하는 아이의 자기, 아이의 내적 경험의 밑바닥은 만져지지도, 인식되지도, 확인되지도, 또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도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의 자기는 잘 구축되지 못한 채 위축되어 버리고 만다. 이러한 가족들, 특히 부모들의 반응은 섭식장애를 가지게 된 이들이 자신들을 온전하게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든다. 즉 그러한 반응들은 그들의 내적 감정을 포함한 그들의 전체성을 완전히 혹은 부분적으로 무시한 채 순간적이거나 부분적인 행위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부모라는 거울을 통해서 자신들의 전체 자기를 지탱해 주는 반영을 보게 되는 것이 아니라 각각 다 따로 떨어진 몸의 부분들이 비친 자신들의 이미지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이는 부모가 아이에게 구체적인 언어 표현을 통해서 주었던 부정적이고 부분적인 거울 반응 때문인데, 가령 "불쑥 나온" 배, "뚱뚱한" 허벅지, 혹은 "나무통 같은" 다리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것은 그들이 자신들의 몸의 부분적 자기들, 즉 신체적 외모에만 과다하게 주목하도록 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섭식장애를 가진 이들은 자기가 파편처럼 부서져 버릴 것 같은 불안감, 즉 자신의 불완전함, 부적절함, 자신이 마치 가짜인 것 같은 공허한 느낌이 든다. 실제 그들의 삶은 매우 비효율적이며 감정적으로 불안정하고 늘 긴장하고 있으며, 외부의 인정을 필사적으로 필요로 하기 때문에 혼자서 자신의 내적 감정만 가지고는 견딜 수 없어 한다. 섭식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결핍된 심리구조를 메우기 위해서 외부 대상을 필요로 하는 것인데, 이것은 바로 이전에 결핍된 자기대상의 기능이다. 그런데 그들은 그러한 자기대상의 기능을 마치 가짜 자기대상처럼 자기에게 충족을 주는 음식을 택함으로써 얻는다. 즉 음식이 자기구조의 결핍된 기능들을 제공할 것이라는 희망 속에서 어릴 적 자기대상 욕구가 다시 활성화된 것이다. 따라서 섭식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있어서 음식은 원초적 자기대상과도 같다고 이해될 수 있는데, 이는 바로 음식이 자기의 긴장을 조절해 주는 기능으로, 또한 자기를 방어해주는 자극으로, 그리고 자기의 공허함에 대하여 자신을 보호해주는 것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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