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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자기애성 장애로서의 중독

by 마음 알약 2022.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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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헛의 자기 심리학 이론의 틀 안에서 기술되고 있는 중독은 앞서 논의된 자기애성 성격장애와 함께 자리하는 자기애성 장애의 또 다른 형태로서 특별히 자기애성 행동장애로 구분되고 있다. 코헛은 자기애성 행동장애로서 성도착이나 비행 그리고 중독을 들어 이러한 증상들은 모두 자기 안에 있는 결함으로부터 결과한 것이라 본다. 즉 성도착자는 자기에게 결여되어있는, 누군가에게 자신이 필요하다는 느낌, 자신이 정말로 실재하는 것 같은 느낌, 살아있는 느낌, 그리고 힘이 있다는 느낌을 자기에게 제공해 주는 대상이나 상징과의 성적 행동으로 치닫게 된다. 또한 비행자는 어떤 반사회적 행동을 계속해서 반복함으로써 자신을 지탱하게 하는 자신감이나 이상이 전혀 없다가 자기가 느끼는, 자기 결함에 대한 인식을 애써 피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중독자 역시 마약이 자기 안에 있는 중요한 결함을 고쳐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에 그것들을 갈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코헛은 중독을 자기애적 상처로 인해 생기는 자기의 구조적 결핍이 자기애성 성격장애에서와는 달리 외적으로 행동화되어서 드러나는 자기애성 행동장애의 대표적인 경우의 하나로 꼽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코헛은 "중독적 행동"을 자기애성 행동장애의 주요한 증상으로 분류함으로써 자기 병리의 관점을 통해서 중독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독에 대한 코헛의 관점을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코헛의 분석사례를 하나 살펴보기로 하자. 코헛은 자신의 세미나 안에서 논의된 한 여학생의 사례에서 그녀가 남자 친구와 가지는 관계를 통해 나타난 그녀의 대상에 대한 추구와 의존을 중독적 행동으로 분석하고 있다. 코헛이 만났던 22살의 여학생은 교육학을 공부하는 대학원 학생이었는데 그녀는 자신의 남자 친구와 헤어지게 된 것에 깊이 슬퍼하고 있었다. 22살인 자신이 나이가 많이 들었다고 느끼고 있었고 자신은 절대로 성공적으로 결혼할 수 없을 거라고 두려워했다. 그녀는 남자 친구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었고 또 남자 친구와의 관계에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다 바치고 싶어 했지만 남자 친구들은 그러한 그녀를 받아들이기를 부담스러워했다.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할 수 있는 그러한 사람이 늘 자신과 함께 있기를 원했고 또한 그렇게 멋지고 매력적인 그리고 정말 그녀가 경탄할 만한 사람을 찾고 있었다. 그녀는 이것이 자기 삶에서 자신이 원하는 전부라고 했고 그녀의 주변에 그런 남자 친구가 없다는 것에 대하여 낙담하고 있었다.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그녀에게는 남자 친구와의 관계에 대한 유사한 패턴이 계속되고 있었는데, 즉 상대방과 어느 정도 진지한 관계가 형성되고 나면 그녀는 상대방에게 자신을 지지해주고 자신에게 힘이 되어달라는 무거운 의무를 과도하게 요구하였고 그러면 상대방은 멀어졌다. 그녀는 자신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고 아주 넓은 마음으로 자신을 이해해 주는 남자 친구와의 관계를 바라고 있었지만 실상 남자 친구는 그러한 엄청난 요구의 압박에 못 이겨서 이내 그 관계로부터 도망치고 마는 것이었다. 그러면 그녀는 그런 자신에게 매우 창피하고 화가 났지만 사실 너무도 외롭고 누군가가 정말 필요하다고 느끼기에 그 남자 친구에게 다시 돌아와 달라고 또다시 애걸하게 되는 것이었다. 가령 대학 시절 한 남자 친구와의 관계가 깨졌을 때 그녀는 그 관계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때나 가리지 않고 상대방에게 전화를 건다거나 자신에게 다시 돌아와 달라고 성가시게 매달리거나 하는 행동을 했었는데, 그녀는 그것이 자신을 너무나 화나게 했던 "미친 짓들"이었음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런데도 자신은 계속 전화를 걸고 싶은 강한 충동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그렇게 헤어지고 나면 따라오는 우울함, 낮은 자존감 그리고 죄책감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고 앞으로 또다시 그러한 관계를 반복하게 될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또한 이러한 문제를 가지고 코헛을 만나게 된 것에 대하여 자신의 나약함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것에 강한 수치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가 남자 친구와의 관계들로부터 정말로 필요로 했던 것은 남자 친구로부터 "네가 하는 것은 다 옳아" "나는 널 믿어"라는 확신을 받는 것이었다. 즉 그녀가 원하는 것은 바로 전적인 반영과 지지였다. 그녀는 늘 남자 친구를 원했고 그를 통해서만이 자기 자신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예쁘다고 해야 자신은 예쁘다고 느끼며 누군가가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해야 그녀는 자신을 괜찮은 사람으로 여길 수 있었다. 그녀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좋은 느낌을 스스로 부여하기 위해 자기를 그렇게 반영해주는 타인에게 마치 그가 자기의 한 부분인 양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그런 대상이 없거나 그런 대상이 그녀를 떠나버리면 그녀는 다시 집요하게 새로운 대상을 찾아야만 했다. 여기서 코헛은 그녀가 맺는 관계에 어떤 중독적인 특징이 있다고 본다. 즉 그녀에게서는 22살의 성인 여성이 보통 가지는 사랑하는 관계의 유형에서 보이는 형태와는 좀 다른 현상들이 나타나는데, 그것은 바로 알코올, 마약, 음식, 사람, 혹은 성적인 추구 등에 대한 중독 대부분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으로서 더 이상 기다리거나 견뎌내기가 불가능한 어떤 절박함이라는 것이다. 가령 알코올 중독자에게 알코올은 그것이 고급 위스키인지 아닌지 혹은 맛 좋은 와인인지 아닌지와는 아무 상관 없이 알코올이라는 대상 "그 자체"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알코올 중독자가 가지는 알코올에 대한 긴급한 요구는 그것이 무엇이었든 간에 자기가 필요로 하는 것을 어서 채워야 하는 자기의 갈급에 대해 절박함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녀는 마치 이러한 중독자처럼 자신의 주변에서 자신의 갈급함과 공허함을 채울 누군가를 절박하게 찾아 헤매고 있었다. 누군가를 통해서만이 그녀의 텅 빈 자기감 속에서 자신이 살아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으며 누군가의 반영을 통해서만이 자기에 대한 자존감을 가질 수 있었던 탓이다. 코헛에 의하면 이는 스스로 자기 욕구의 긴장을 조절하여 자기를 달래고 안정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자기대상의 기능으로부터 잘 내면화됨으로 발달하는 자기구조에 생긴 어떤 결핍을 인한 것이며 이러한 발달적 결핍은 바로 자기를 온전히 구축할 수 없었던 자기애적 상처로부터 비롯된 결과이다. 그러한 상처로 인한 자기의 결핍 때문에 그녀는 대상에 대한 굶주림의 중독적 표현을 통해서 마치 자기가 "죽어있는 것"같은 느낌에 저항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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