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논의되었던 응집적 자기의 정상적인 자기애적 발달에 있어서 자기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에 구조적 결핍이 생기면 자기는 그 발달과정에서 결함을 가지게 된다. 즉 자기의 결핍이란 정확히 말해서 자기구조의 결핍으로 인한 자기의 결함을 뜻한다. 자기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만일 부모의 공감적 보살핌의 지속적이고도 과도한 실패로 인해 유아가 최적의 발달조건을 가지지 못하면 심각한 자기애적 외상을 경험하게 되고, 그 결과 유아의 과대적 자기와 이상화된 부모 원상은 그것들이 건강하게 잘 발달할 기회를 잃게 된다. 이것은 대개 자기대상의 공감적 기능의 결여로 인한 것인데, 주로 부모 혹은 돌보는 이의 공감적이지 않은 성품 탓이거나 혹은 그들만의 해결되지 않은 정신적 외상(특별히 자기애적 상처)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가령 만일 거울 자기대상이 스스로 원초적 과대성에 고착되어 있다면, 다시 말해서 거울 자기대상의 역할을 하는 이가 자신의 어린 시절 잘 발달하지 못한 과대적 자기의 자기애적 상처를 가지고 있다면, 그 자기대상은 유아의 자기애적 욕구를 충분하고도 적절하게 반영해 줄 수가 없게 된다. 그러면 유아의 과대적, 과시적인 자기애적 욕구는 심각하게 좌절되고 그 미숙한 과대적 욕구들은 현실 경험을 통해 점차 포기되거나 수정(나는 그렇게 완벽하지도 대단하지도 않다고)되지 않은 채로 억압되어 변형적 내면화를 경험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유아의 과대적 자기는 건강한 포부와 현실적인 자존감을 추구하는 성숙한 자기애로 발달하지 못한 채 어느 지점에서 자기애적 발달이 멈추어 버린 상태가 되고 만다. 또한 만일 유아가 갑자기 이상화 자기대상을 상실하거나 이상화 자기대상으로부터 외상적인 실망을 경험하게 되면 이상화된 부모 원상 역시 붕괴하고 이상화 경험이 박탈되어 최적의 내면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이상화된 부모 원상은 그것에 대한 현실적 한계를 경험할 기회를 놓쳐 버리게 되는데, 즉 현실의 경험을 통해 점차 변형(내가 이상화하는 부모도 그렇게 완벽하거나 전능하지도 않으며 한계가 있다고)되지 않고 그대로 억압되거나 환상 속에서 그 이상화 원상은 계속 유지된다. 따라서 유아의 이상화된 부모 원상은 건강한 이상을 추구하고 스스로 긴장을 조절할 수 있는 성숙한 자기애로 변형되기도 전에 초기의 이상화 원상에 지속해서 의존하려는 상태로 그 발달이 정지하게 된다. 물론 코헛의 자기 발달의 보상구조에 의하면 과대적 자기나 이상화된 부모 원상의 발달에 있어서 그 어느 한쪽에 일차적 결함이 생기면 다른 한쪽의 발달 강화를 통해서 그 결함을 보상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보상적 시도마저 다른 한쪽의 자기대상의 공감적 반응의 실패로 인하여 성공하지 못하게 되면, 그래서 결국 자기가 완전한 구조로 잘 구축되기도 전에 자기구조의 두 영역 모두에 발달적 결함이 생기면, 유아의 자기애적 욕구는 그것이 표현되기보다는 그것에 대한 방어로 나타나게 된다. 이렇게 될 때 유아의 완전한 자기의 발달은 심각하게 지장을 받게 되고 유아는 원초적 자기애에 고착된다. 결국 이러한 발달의 장애는 유아가 경험했던 자기대상의 기능들이 유아가 성장하면서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자기구조로 점차 변형되는 내재화 과정에 심각한 결핍을 가져온다. 이러한 자기구조의 결핍 안에서 자기는 자기의 결함, 즉 자기애적 상처를 가지게 되며 이는 결과적으로 자기 병리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과대적 자기가 건강하게 발달할 기회를 잃게 되면 대체로 자기 신체의 건강을 지나치게 걱정하게 되는 건강염려증이 생기거나 자기에게 몰두하는 자기의식이 과도해지고 수치심과 함께 당혹감 등이 강화된다. 또한 표현되지 못한 과대적 자기에 대한 비현실적인 환상에 사로잡히게 되어 삶의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허무함과 좌절, 낮은 자존감을 경험하게 된다. 이처럼 과대적 자기의 발달에 장애가 생기게 되어 그 자기애적 욕구가 표현되지 못하고 좌절되면, 과대적 자기는 부정되거나 억압되어 현실적 자기와 통합되지 않은 채 남아있게 된다. 코헛에 의하면 이것은 부정과 억압이라는 방어기제에 의해서 과대적 자기가 두 가지로 분리 혹은 분열됨을 말한다. 즉 과대적 자기가 방어적으로 부정되면 과대적 자기의 거만하고 과시적인 부분들이 현실적 자기로부터 분리되어 공존하게 된다. 이것이 코헛이 말하는 수직적 분리이다. 현실 경험을 통해 수정되지 않은 과대적 자기는 수직적 분리에 의해 현실적인 자기로부터 차단되어 있으나 의식 속에는 남아있어, 그 증세는 일관성을 가지지 못하고 있거나 허풍을 떨며 지나치게 독단적으로 과대적인 주장을 하는 것으로 드러난다. 이때 실제 자신이 느끼는 현실적 자기는 무기력감이나 허무감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과대적 자기가 수평적 분리를 통해서 방어적으로 억압되면 줄어든 자신감, 막연한 우울감, 의욕 상실, 주도성 결여와 같은 전반적인 자기애적 결핍증상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수직적 분리와 수평적 분리를 통해서 부정되거나 억압된 과대적 자기의 자기애적 욕구는 결국 낮은 자존감이나 수치심, 혹은 건강염려증과 함께 막연한 무의식적 우울증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상화된 부모 원상이 잘 발달할 기회를 놓치게 되면 유아는 원초적 자기대상에 고착된 채 평생 자기의 자기대상을 갈망하고 추구하면서 그를 대체할 만한 다른 대상들에 의존하게 된다. 이것은 사실 대상 자체에 대한 갈망과 의존이라기보다는 그 대상의 기능을 통하여 유아기에 잘 구축하지 못했던 결핍된 자기 구조안에서 자기의 결함을 메우려는 시도이다. 유아기에 이상화된 부모 원상과 관련한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은 부모 혹은 양육자의 공감적 기능, 다시 말하면 자기를 진정시키고 긴장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이상화 자기대상의 기능 결여로 인한 자기의 결함을 메우기 위해 마약과 같은 중독성 물질을 사용하는 중독자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즉 자기의 내적 구조에 결핍된 달램과 진정의 효과를 마약에서 찾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이 사용하는 중독성 물질은 그들이 갈망해 하는 자기대상의 실제 대체물이라기보다는 결핍된 자기구조 안에 있는 자기 결함의 대체물이다. 또한 이상화된 부모 원상과 관련한 외상은 자기애적 욕구를 성도착적 환상이나 행동으로 표현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경향들 역시 자기애적 상처로 인한 결함이 있는 자기를 안정시키려는 시도이다. 또 한편으로 이러한 외상을 가진 사람들은 끊임없이 외부의 이상적인 대상들을 찾아 헤매게 되는데, 이들은 그 대상들을 이상화함으로써 자기구조의 결핍으로 인해 스스로 부여하지 못하는 인정과 지도력을 얻고 싶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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