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심리학

유아가 경험하는 대상 2

by 마음 알약 2022. 9. 6.
반응형

아이는 강하고 힘 있는 대상과의 융합을 통해서 취약한 자신을 보호하고 불안한 느낌을 줄이고 싶어 하는데 이를 코헛은 이상화 자기대상 욕구라고 하고 있다. 아이가 자기 부모의 이상화된 이미지를 사용하여 스스로 자기를 강화하고 활력 있게 만드는 것은 아이가 경험하는 이상화 자기대상 기능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가령 아이들은 자신의 엄마 혹은 아빠를 가장 멋지고 힘 있는 대상으로 생각하고 그러한 대상이 자신을 모든 어려움에서 구해주고 완벽하게 보호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아이는 대개 자기 부모를 힘이 있고 강한 존재로 받아들인다.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을 부모는 무엇이든지 거뜬히 해내는 "전능한" 존재이다. 배가 고플 때 먹을 것도 요술처럼 만들어내고, 자기 몸이 실린 거대한 기계를 움직이게도 하고(자동차를 운전하고), 돈을 지불해서 자기가 필요한 것을 살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몸을 움직이고 싶을 때 자신이 타고 있는 유모차를 밀어주며 자신이 절대로 부를 수 없는 자장가도 불러주고 허전할 때 자신을 아주 기분 좋게 안아주기도 한다. 이렇게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부모를 아이는 흠모하고 이상화하면서 부모의 그 전능함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험을 통해서 자기의 완전함을 경험한다. 즉 자기 부모를 강하고 완벽하게 느끼며 그런 부모가 늘 자신 가까이에서 든든하게 존재한다고 느끼면 아이는 자신을 스스로 강하고 안전하게 느끼게 되며 그러한 경험으로부터 자신의 이상 혹은 가치의 기준이 자라나게 된다. 코헛은 이처럼 아이가 이상화할 수 있는 이상화 자기대상을 "침착하고 흠 없이 완벽하며 전능한 이미지"로서 그 대상과 융합할 수 있는 자기대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이상화 자기대상의 경험은 유아의 핵자기 구조 안에서 또 하나의 축을 구성하고 있는 이상화된 부모의 원상을 잘 발달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며 이로써 나중에 자신의 건강한 이상을 추구하며 자랄 수 있는 자기 구조를 형성하게 한다. 자기대상 개념은 코헛이 자기의 구조가 취약하다고 판단되는 환자들을 치료했던 경험으로부터 반영된 것인데, 치료자인 자신에게 보였던 환자들의 독특한 형태의 전이들을 코헛은 거울 전이와 이상화 전이라고 개념화하면서 이 전이들로부터 두 가지 자기대상의 개념들을 추론하게 되었다. 처음 1966년의 연구로부터 코헛은 앞서 설명한 두 가지 종류의 자기대상, 즉 거울 자기대상과 이상화 자기대상이 있다고 보았지만, 1984년에 이르러 또 다른 형태의 전이인 쌍둥이 전이의 개념을 발전시키게 됨으로써 앞서 두 자기대상에 덧붙여 쌍둥이 자기대상의 개념을 하나 더 추가하였다. 아이는 자신을 반영하고 인정해주며 늘 보호해 주는 부모와 본질적으로 유사하거나 동일하다고 느끼고 싶어 하는 쌍둥이 자기대상 욕구를 가진다. 이것이 과대적-과시적 자기가 발달하면서 나타나는 자기대상 욕구의 하나인데, 자신을 지지하는 부모와 자기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경험이다. 이는 가령 아이가 화장하는 엄마 옆에서 엄마 화장품을 가지고 놀면서 얼굴에 엄마 립스틱을 칠해 보거나 혹은 면도하는 아빠 옆에서 아빠의 면도하는 행동을 흉내 낸다든가 하는 것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또한 아이가 점점 커가면서 친구들과 같은 옷을 입고 싶어 한다든가 같은 놀이를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고 싶어 하기도 한다. 코헛은 이러한 경험을 일컬어 말없이 그저 함께 있어 주면서 본질적으로 자기와 닮아있는 것으로 경험되거나 자기와 일치시키려는 필요의 대상이 되어주는 쌍둥이 자기대상의 기능으로 설명하고 있다. 부엌에서 요리하는 엄마 옆에서 가만히 소꿉놀이하던 아이의 경험, 지하실에서 일하는 아빠 옆에서 묵묵히 연장들을 가지고 놀던 아이의 경험은 놀랍게도 쌍둥이 자기대상 기능의 경험들이다. 그저 말없이 옆에 있어만 주는 것으로 그리고 같은 모습이나 같은 일을 "흉내" 내고 있도록 허용하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되는 이 자기대상 기능은 아이에게 자기의 안도감과 소속감을 경험하게 한다. 이러한 쌍둥이 자기대상의 경험은 핵자기를 구성하는 두 축 사이의 중간영역에서 타고난 자신의 재능과 기술들을 보완하고 강화하게 한다. 코헛은 기본적인 자기대상 욕구를 가지는 어린 시절과 또는 그 욕구가 잘 충족되지 못했을 때 생기는 자기의 병리와 관련된 치료적 상황에서 뿐만이 아니라, 보통 성인의 삶의 일상생활 전반에서 역시 자기대상의 개념을 확대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반드시 병리적이지 않은 보통의 건강한 사람도 응집적이고 견고한 자기를 지탱하고 유지하도록 돕는 자기대상을 가지고 살게 되어 있으며, 따라서 우리는 모두 자기대상의 경험(우리가 기쁘게 인정받고 반영 받는 경험, 우리가 이상화하는 이들과의 융합을 통해 힘을 받는 경험, 그리고 우리와 본질적으로 닮아있는 다른 사람들의 말 없는 현존의 경험)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평생 필요로 한다. 사실 코헛은 그의 처음 연구에서 인간 발달의 목표는 타인들로부터 분리되어 독립하는 것으로 개념화했던 것으로 보인다. 즉 성숙한 자기란 자기대상이 있어야 하는 욕구로부터 자유로운 자기이며 이제 자기와 관계를 맺는 타인들은 자기대상이 아니라 자기와 분리된 대상으로서 실제적 대상이라고 했다. 그러나 후에 코헛이 가지는 성숙과 자율에 대한 이해는 독립이 아니라 성숙한 의존으로서의 자율로 바뀌게 된다. 코헛은 자기가 자기대상으로부터 독립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으며, 실제로 견고한 자기의 발달은 자기대상으로부터 자기가 독립하게 되었는지의 여부에서가 아니라 자기-자기대상 관계의 질의 변화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코헛은 이렇게 공감적 자기대상이 생애 초기에서 뿐만이 아니라 생애 전체를 통해서 필요하다고 보았는데, 이는 응집적 자기의 구조가 한 번 형성되었다고 해서 그것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해서 유지되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기의 구조가 일단 튼튼하게 구축되었다고 해서 자기에게 자기대상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되는 것이 아니라, 튼튼해진 자기는 자기대상을 보다 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되고 튼튼해진 자기를 유지하기 위해 자기대상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더 향상되는 것이다. 이처럼 코헛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필요로 하는 자기대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결국 분석가가 할 수 있는 성공적인 치료란 자기대상으로부터 자기를 독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보다 건강하고 적절한 자기대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서 평생 지속되는 자기대상 욕구를 위해 자기대상들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자기의 구조를 구축하고 잘 지탱하기 위해서 알게 모르게 흔히 다른 사람, 사물, 동물, 장소, 혹은 사상 등을 자기의 일부처럼 사용한다. 자기가 좀 더 견고하게 구축이 되고 성숙하게 되면 자기대상에 대한 욕구는 사실상 조금씩 줄어들고 또한 그러한 욕구는 상대적으로 좀 더 수월하게 충족될 수 있다. 그러면서 세상은 점점 더 만족스럽게 인식되고 그러한 세상은 충만하고 기쁜 자기의 일부로 경험된다. 코헛의 이론에 따라 볼 때, 가장 성숙한 사람에게는 세상의 모든 것이 그 자기의 자기대상이 된다. 이는 평생 자기가 필요로 하는 자기대상을 자유롭게 선택해서 건강하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아마도 가장 많이 갖추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반응형

'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변형적 내면화와 보상구조  (0) 2022.09.16
공감적 반응과 최적의 좌절  (0) 2022.09.12
유아가 경험하는 대상 1  (0) 2022.09.05
자기대상  (0) 2022.09.03
주체적 경험으로서의 자기  (0) 2022.09.0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