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헛의 자기의 개념은 특별히 자기대상과의 모체로 정의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독특성과 중요성을 가진다. 코헛은 자기대상을 자기가 "자기의 일부로 경험하는 대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자기대상은 마치 자기의 일부처럼 자기에게 필요한 부분으로 경험되는 대상이며 그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자기의 조직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자기-자기대상 관계에 있어서 자기대상은 자기에게 공감적으로 반응해 줌으로써 자기가 스스로 조직할 수 없는 자기의 경험과 자기 스스로 수행할 수 없는 심리적 기능을 자기 대신 수행하여 구체화하는 대리자의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한 자기대상의 역할로부터 자기는 자기구조를 구축할 수 있는 심리적 자양분을 얻게 되어 자기를 경험하게 되고 자기를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기대상은 이런 의미에서 자기대상으로 역할을 하게 되는 심리적 기능을 가리킨다. 그러나 이후 코헛의 연구에서 볼 때, 코헛이 "자기의 일부로 경험되는 대상"이라고 정의하는 자기대상의 의미는 자기대상의 기능을 경험하는 자기의 주체적인 경험적 측면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 다시 말해서 자기대상이란 자기가 필요로 하는 대상의 어떤 기능들에 대한 자기의 내적 경험을 뜻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자기대상의 개념은 철저히 정신분석학적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자기대상은 사회적 관계 혹은 대인관계 안에서 주변의 사물 혹은 돌보는 사람(대상) 그 자체를 지칭한다기보다는, 자기감(sense of self)을 유지하고 견고하게 하는 것과 관련하여 대상으로부터 자기에게 제공된 심리적 기능들을 내적으로 경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자기대상은 대상의 기능을 자기가 주체적으로 경험하는 국면을 지칭하는 것이다. 이는 앞서 논의되었듯이 자기의 개념이 정신분석학적 구성물로써, 실존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그 사람의 심리적 구조를 의미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와 관련하여 자기대상을 일컫는 데에 흔히 일어나는 오류는 "부정적인 자기대상" 혹은 "나쁜 자기대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에 있다. 엄밀히 말해서 그러한 용어들은 자기대상이란 말이 경험의 국면을 지칭하는 것으로 사용되기보다는 자기대상 기능을 하는 사람 자체를 일컫는 말이 되므로 사실상 잘못 사용되고 있는 용어들이다. 자기를 지탱하고 견고하게 하는 자기대상의 기능으로 경험되지 못하는 대상은 좋은 자기대상이든 나쁘거나 부정적인 자기대상이든 상관없이 단지 공감적인 자기대상이 되지 못할 뿐이다. 같은 맥락에서 자기대상은 반드시 다른 사람으로부터만 경험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자기대상으로 기능하는 다른 것들, 이를테면 책, 예술, 음악 혹은 이상이나 사상들을 통해서도 자기대상 경험은 가능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자기대상의 개념은 매우 복잡하고 때로는 모호하지만 대상관계 이론에서의 대상관계의 측면과 비교해 볼 때 그 새로운 의미가 드러난다. 베이컬이 이해했던 자기대상 관계는 그저 일반적인 대상관계의 특수한 경우일 뿐이다. 그는 자기대상 개념에 대하여 자기대상 기능을 제공하는 대상에 대한 심리 내적 경험이라 봄으로써 대상 쪽에 초점을 두어 자기대상을 개념화하고, 자기대상 기능을 제공하는 대상과의 관계의 중요성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이와 비교하여 코헛이 제시하고 있는 자기대상의 개념은 어떤 기능을 제공하는 대상 혹은 그 대상과의 관계에 초점이 있다기보다는, 그 제공된 기능을 경험하는 자기의 주체적 경험에 더 초점이 있는 것이다. 가령 엄마 혹은 치료자가 칭찬하고 지지해 주는 공감적 반영을 통해서 아이 혹은 환자에게 자기대상의 기능을 제공할 때 그 아이 혹은 환자에게 대상이 제공한 기능은 아주 만족스럽게 경험될 수도 있지만 거꾸로 별로 의미 없게 경험될 수도 있다. 즉 자기대상 개념에 있어서 대상이 제공한 기능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기에게 자기의 내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경험이 되어야 자기대상으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지 그 대상이 어떻게 무슨 기능을 제공했는지는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게 된다. 물론 코헛 역시 자기대상 경험이 가지는 대상과의 상호의 관계적 영향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그런데도 대상과 자기대상은 분명히 구분되는 두 개의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자기대상은 자기와 분리되어 있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기로부터 독립되어 있지도 않은 것으로 경험되는 대상이다. 즉 자기대상은 대상도 아니고 자기도 아니지만 자기와 대상은 서로 떨어져서 각각 존재하지 못하며 자기는 자기대상 기능에 의존되어 있다. 이처럼 자기 자신의 연장으로 개념화되고 있는 자기대상은 마치 자기와 자기 아닌 것 혹은 외부 세계 사이를 구분 짓는 자기 경계를 형성해 가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자기는 이러한 자기 경계와 분리될 수도 없고 따라서 자기 경계 없는 자기는 있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자기대상은 분명 자기도 아니고 대상도 아니며, 자기와 대상 간의 관계를 통해서 수행된, 자기를 지탱하는 기능의 주체적인 경험의 측면을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자기대상은 결국 정상적으로 건강하게 잘 기능하는 자기의 구조, 즉 응집적 자기를 세우는 데에 필수 불가결한 에너지원이라 하겠다. 이러한 자기대상의 개념을 통해서 자기 심리학에서의 자기대상 관계는 자기가 맺고 있는 외적 관계가 자기 응집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관심하지만, 대상관계 이론에서의 대상관계는 자기가 맺고 있는 내면화된 관계, 즉 자기 표상과 대상 표상의 관계를 강조한다. 다시 말해서 대상관계에서의 대상의 경험은 내적 대상을 내포하는 것에 비해, 자기대상 관계에서의 자기대상 경험은 실재하는 외적 대상과의 관계로부터 나온다. 따라서 대상관계에서는 정상적인 발달을 통해 일단 자기가 대상을 건강하게 잘 내면화했다면 이후부터는 그 대상과의 지속적인 연결이 없더라도 자기 안에 내면화된 대상 표상과 충분히 관계하며 자기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 심리학에서 자기는 항상 외적 대상이 필요하며 그 대상은 어느 단계에서 충분히 내면화되거나 그래서 더 이상 필요 없는 그런 대상이 아니다. 자기를 세우려면 항상 외적 대상이 필요하고 그 대상들과의 지속적인 자기대상 경험 속에서 자기를 강화하고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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