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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주체적 경험으로서의 자기

by 마음 알약 2022.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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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의 흐름 안에서 자기 개념을 살펴볼 때, 프로이트가 사용한 "das Ich"의 개념은 일상적인 의미에서 쓰이는 "self"의 의미와 동시에 일상생활의 경험 안에서 그 자기를 설명하는 근원적인 심리구조와 기능으로서의 추상적인 "ego"의 의미 둘 다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었다고 보인다. 그러나 이 독일어 용어가 영어의 "ego"로 번역이 되면서, "ego"는 사실상 영어에서 "self"처럼 일상적인 표현이 아니기 때문에 영어에서 "ego"는 추상적인 구조 개념으로, "self"는 그 "ego"의 현상적인 경험이나 표상들을 나타내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분리되어 쓰이게 되었다. 그런데도 정신분석학적으로 대상관계 이론에 이르러 구체적으로 쓰이게 된 자기(self)라는 용어 역시 추상적인 구조 개념을 나타내는데, 이는 자아가 의미하는 추상적 개념과는 조금 다른, 그 추상적 개념을 넘어서는 높은 수준의 추상적 개념이라 볼 수 있다. 즉 독립된 주체로서 자기의 주관적 경험을 포괄하는 추상적 구조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의 개념은 대상관계 이론이 가지는 관계구조 이론의 맥락에서 그러나 사실상 그것과는 구분되는 특징을 가진, 하인즈 코헛의 자기 심리학에서 매우 독특하게 정의되고 있다. 코헛의 자기 심리학에서 자기의 개념은 그의 이론과 사상의 중심을 이룬다. 그는 자신의 이론을 전개해가면서 자기의 개념을 두 번에 걸쳐 다르게 정의하였다. 코헛의 초기 자기 개념은 하트만의 자아 심리학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고 실제로 코헛은 하트만이 자신의 연구를 인정해 준 것에 대하여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지만, 사실상 그는 하트만의 견해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즉 하트만이 전개한 "갈등에서 자유로운 영역"으로서의 자아의 자율적 기능은 자기 개념의 도입에 중요한 공헌을 가져왔지만, 하트만의 가설은 여전히 정신 기구(이드, 자아, 초자아)에 한정되어 있고 자기에 관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며 이것이 결정적으로 자아 심리학이 자기 심리학과 다른 점이라고 하고 있다. 코헛은 이처럼 프로이트의 본능 욕구 이론과 자아 심리학 이론의 한계를 증명하고 그것들을 보완하는 자기의 심리학을 정립하려고 노력하였다. 따라서 코헛은 그의 초기 연구에서 자기의 개념을 설정하는 데에 있어서 전통적인 프로이트의 정신 기구와 자기의 개념을 구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의 첫 번째 책 "The Analysis of the Self"에서 코헛은 자기의 개념을 "정신 기구의 내용"이라 정의하고 프로이트의 전통적 정신 구조를 구성하는 이드, 자아, 초자아와는 다른 차원의 개념임을 밝히고 있다. 즉 프로이트의 이드, 자아, 초자아는 정신 기구의 구성 요소들로서 경험과는 거리가 먼 추상적인 개념이지만, 자기는 경험과 가까운 개념으로서 프로이트의 삼중 정신 구조에서처럼 정신 기구의 구성 요소 중의 하나가 아닌, 정신 기구의 내용을 의미하는 추상적 개명으로 본 것이다. 코헛은 초기 자기 개념에서 프로이트의 전통적인 정신 구조이론을 넘어서려고 하였지만 그런데도 여전히 프로이트의 본능 욕구 모델의 연속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의미에서 그는 이 초기 개념을 좁은 의미의 자기 개념이라고 했다. 이후 코헛은 그의 후반 연구에서 초기에 프로이트의 개념과 대비하여 정의했던 좁은 의미의 자기의 개념으로부터 벗어나 보다 넓은 의미의 자기의 개념을 정립하게 되는데, 이는 바로 프로이트의 본능 욕구 모델 혹은 자아 심리학과의 결별을 암암리에 함축하고 있으며 이로써 코헛의 고유한 이론으로서의 자기 심리학이 확립되기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코헛은 이러한 넓은 의미의 자기의 심리학은 본능 욕구 모델이나 자아 심리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정신세계를 이해하는 데에 더 설득력을 가지는 심리학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넓은 의미의 자기 개념으로서 코헛은 The Restoration of the Self에서 자기를 "정신세계의 중심"이라고 정의했다. 이것은 자기가 인간 본성의 핵심이며 인간이 가지는 자발적인 동기의 중심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는 스스로 경험하고 지각하는 것들에 대하여 주도적인 독립적 위치를 가지며, 이것은 바로 그 주체적 경험을 통하여 시간과 공간 속에서 지속해서 응집력 있게 형성되는 하나의 단위로서의 자기이다. 즉 자기는 단지 정신의 행위자가 아니라 정신의 그 행위자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정신적 구조물이다. 이로써 코헛의 자기 개념은 좀 더 높은 수준의 정신적 구조물을 의미하고 있으며, 이는 자율적이고 응집력 있으며 독립적인 주체로서 변하지 않는 것으로 경험되는, 바로 정신의 중심인 구조를 나타내는데 코헛은 이를 핵자기라고 하고 있다. 핵자기는 자기를 이루는 정신적 구조의 중심이 되는 기본단위로서 두 개의 축과 그 두 축을 연결하는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두 개의 축 중 그 하나는 과대적-과시적 자기의 축이며 다른 하나는 이상화된 부모의 원상의 축이다. 과대적-과시적 자기는 코헛이 말하고 있는 일차적 나르시시즘의 한 형태로서 유아가 생애 초기에 가지는 정상적인 자기애적 자기이다. 이 과대적-과시적 자기는 자신이 세상 모든 것의 중심이며 전능한 존재라고 인식한다. 이렇게 찬사와 칭찬을 얻으려는 유아의 과대성과 과시성을 부모가 공감적으로 잘 반영해 주고 수용해 주면 유아의 과대적-과시적 자기는 잘 발달하여 현실적인 목표나 건강한 포부와 자존감을 추구하는 성숙한 나르시시즘으로 변형된다. 핵자기의 한쪽 축은 바로 이러한 건강한 포부나 자존감을 추구하는 축이 된다. 핵자기의 또 하나의 축인 이상화된 부모 원상은 일차적 나르시시즘의 또 하나의 형태이다. 생애 초기에 유아는 자신이 이전에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완벽함과 전능 감을 유아가 전능하다고 느끼는 부모를 이상화함으로써 경험한다. 이러한 유아의 이상화를 부모가 허용해주고 받아들여 줘서 유아와 잘 융합해 주면 유아의 이상화된 부모 원상은 건강한 이상과 기준을 추구하는 성숙한 나르시시즘으로 변형된다. 핵자기를 구성하는 또 다른 축은 바로 이러한 건강한 이상과 기준을 추구하는 축이 된다. 이 두 축 사이를 연결하는 중간지대로서 긴장의 곡선으로 되어 있는 영역이 있는데 이 부분 역시 핵자기를 구성한다. 이 영역은 건강한 포부와 이상의 두 축 사이에서 그것들을 추구하는 데에 필요한 기본적인 재능과 기술을 사용하고 발휘하도록 행동을 촉진하는 영역이다. 코헛은 건강한 자기를 응집력 있는 자기의 형태로 개념화하였다. 즉 핵자기가 응집력 있는 건강한 자기로 발달하려면 이 핵자기의 두 축은 각각 적절하게 잘 발달하여야 하는데, 코헛은 이렇게 두 개의 기본적 축을 가진 자기의 구조를 이중 축의 자기라 했다. 따라서 건강하게 기능하는 일관성 있는 응집적 자기의 발달을 위해서는 이중 축의 자기의 발달이 중요한 것이다. 이중 축의 자기의 바람직한 발달은 바로 부모(자기 대상)의 공감적 역할과 기능에 달려있다. 이처럼 코헛의 자기 심리학은 어떻게 자기가 응집력 있고 견고하게 자기 대상 경험을 통해서 잘 발달하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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