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의 자기대상 경험을 가장 쉽게 구체화할 수 있는 좋은 예는 아마도 갓 태어난 유아가 생애 처음으로 자신을 일차적으로 책임 있게 돌봐주는 대상(일반적으로 "엄마"라고 지칭하는 대상)을 경험하게 되는 일상으로부터 제시될 수 있다. 갓 태어난 유아는 혼자서 자기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유아는 자신을 돌봐주는 엄마에게 모든 것을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유아가 필요로 하는 엄마의 기능들은 유아가 마치 자기의 일부를 경험하는 것처럼 주관적 체험 속에서 자기의 연장으로 유아에게 경험되는 것이다. 갓 태어난 유아에게는 먹고, 배설하고, 자는 것이 일상의 주요한 경험들이라 할 수 있다. 유아가 배가 고파 울 때, 즉각적으로 엄마는 유아가 울음을 그치도록 달래면서 젖이나 우유를 먹이게 되는데 단지 젖만 물리거나 우유병을 들어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이때 엄마는 유아를 먹이면서 유아를 따뜻하게 감싸 안고 쓰다듬으며 유아에게 말을 건네고 눈도 다정하게 맞춘다. 젖을 먹는 아기를 정겨운 시선으로 응시하고 사랑스러운 표정과 미소를 보내면서, "우리 아가, 배가 아주 고팠구나, " "정말 잘 먹네, " "그렇게 맛있어?" " 많이 먹고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렴" 등과 같은 얘기들을 자연스럽게 유아에게 건네곤 한다. 그러한 엄마의 표정과 말소리, 그리고 다정한 손의 느낌을 감지하면서 유아는 엄마와 눈을 맞추고 매우 편안하게 젖을 먹는다. 유아는 기저귀가 차갑거나 젖어서 불쾌해도 울게 되며 역시 울음으로써 자신의 불편함을 호소한다. 그러면 엄마는 즉시 달려와 기저귀를 갈아주고 엉덩이를 닦아주며 로션도 발라준다. 기저귀를 갈아주는 일을 할 때, 엄마는 대개 기저귀에 배설한 유아의 배설물을 살피면서 엉덩이를 두들겨 칭찬하기도 하고 아기의 다리를 쭉 곧게 펴게 하고 다리를 주물러 주기도 한다. 소위 유아의 다리를 스트레칭시켜주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엄마는 여전히 유아의 몸을 사랑스럽게 만지면서 칭찬과 사랑의 말을 건넨다. "얼마나 축축했니?" " 정말 변을 예쁘게 봤구나!" "아, 시원해! 시원하지?" "우리 아가, 쭉~ 쭉~ 잘 커라." 새 기저귀의 뽀송뽀송한 기분 좋은 감각과 동시에 엄마의 다정한 손길과 말소리를 느끼면서 유아는 이내 울음을 멈추고 신이 나서 다리를 버둥거리며 자유스러움과 시원함을 한껏 만끽한다. 유아가 졸려 칭얼거릴 때나 잠이 들 때도 엄마는 그저 유아가 잠이 들기를 기다리지만은 않는다. 엄마 가슴에 유아를 잘 감싸 안고 이마를 쓰다듬어 주거나 등에 업고 엉덩이를 가볍게 두드리기도 하고 혹은 유아 옆에 바짝 붙어 누워서 가만히 유아의 가슴을 토닥여주기도 한다. 그러면서 엄마는 "자장~ 자장~ 우리 아가, 잘도 잔다~" 이렇게 자장가를 불러주기도 하고, "정말 졸렸구나, " "우리 아가, 정말 천사 같네~," "어쩜 이렇게 자는 모습이 예쁠까!"라고 다정스레 얘기한다. 유아는 엄마의 심장 소리, 자장가 그리고 엄마의 이야기 소리를 들으면서 그리고 토닥이는 엄마의 따뜻한 감각을 느끼면서 아주 평화롭게 곤히 잠에 빠져든다. 유아가 좀 더 자라게 되면 유아는 외부로부터 보고 듣고 지각하는 환경 안에서 자기 몸의 움직임을 통해 놀이를 시작하게 된다. 물건을 잡고 빨며, 떨어뜨리고 넘어뜨리는 것, 몸을 뒤집고 기어 다니고 걸음을 떼면서 유아가 만나는 모든 것들은 유아의 놀이이며 그 놀이를 통해서 자신이 얻을 수 있는 모든 만족스러운 경험을 가지려고 한다. 이 모든 놀이에 엄마는 유아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기쁘고도 즐겁게 반응해 준다. 아마도 일반적으로 엄마가 가지는 선천적 모성이라 표현되는 것으로서 유아에게 향하는 이러한 엄마의 자발적인 반응들은 바로 코헛이 말하는 자기대상으로서의 심리적 기능들이다. 이처럼 어린 시절에서의 자기대상을 코헛은 "부모 자기대상"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이 기능들에 의해서 유아는 자기를 경험하게 된다. 유아는 그러한 엄마의 반응을 통해 그토록 "사랑스럽고 잘 먹고, 잘 자고, 건강하게 변도 잘 보고, 자랑스럽게 잘 크는" 자기를 경험하게 되며 자기가 최고라는 만족감, 즐겁고 신이 나는 자기의 완전함, 또한 자신이 잘 보호받고 있다는 안도감을 경험하게 된다. 자기대상 기능으로부터 자신이 지지받으며 인정받고 또한 그 기능으로부터 스스로 불안을 이겨내고 안심할 수 있게 되는 유아의 심리 내적 경험들은 유아의 자기가 견고하고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는 자기 구조를 세우는 데에 중추적 역할을 한다. 코헛의 연구에 의하면 유아는 태어나면서부터 자기의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그 "주어진" 자기는 자기대상의 기능으로부터 "경험되는" 자기를 통해서만 자기 구조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자기대상 기능들에 대하여 코헛은 크게 거울 자기대상, 이상화 자기대상, 그리고 쌍둥이 자기대상의 형태로 구분하고 있다. 코헛은 어린아이들이 작은 것들을 성취해 내면서 자신이 이룬 성취에 대하여 자랑스럽게 만족하는 경험을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이 이들의 자기의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하여 관심을 가졌다. 특별히 유아가 이제 막 걸음을 떼면서 그렇게 걷게 된 자신이 인정받고 칭찬받기를 바라는 그 소망에 주목한다. 아이는 자신이 하는 몸짓과 행위가 얼마나 자신이 힘들게 이루어낸 것이며 또 그것을 얼마나 멋지게 잘 해냈는지에 대해서 알리고 싶어 하고 또한 인정과 지지를 받고 싶어 한다. 이것이 바로 아이가 가지는 거울 자기대상 욕구라고 할 수 있는데 아이를 돌보는 부모가 대개 이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기능을 하게 된다. 앞서 예시된 유아의 경험에서처럼 유아를 거울처럼 반영하고 지지하고 인정해 주는 엄마의 눈 맞춤, 목소리, 따뜻함, 다정한 손길, 즐거운 웃음 등의 경험과 더불어 유아의 몸짓을 통한 모든 놀이에 대하여 그것에 놀라며 감탄하고 칭찬해 주는 엄마의 반응은 거울 자기대상 기능의 전형적인 예이다. 코헛은 거울 자기대상을 아이가 가지는 타고난 생동감과 대단함 그리고 완전함을 지지해주고 반영해주는 자기대상이라고 하고 있다. 이는 바로 아이가 자신이 대단하고 완벽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아이가 가지는 과대성과 과시성에 공감적으로 반응해 주는 부모의 기능이다. 이러한 거울 자기대상의 경험은 유아의 핵 자기 구조 안에서 한 축을 구성하고 있는 과대적-과시적 자기를 잘 발달시켜서 나중에 건강한 포부와 현실적인 자존감을 가질 수 있는 자기 구조를 구축하게 한다.
'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감적 반응과 최적의 좌절 (0) | 2022.09.12 |
---|---|
유아가 경험하는 대상 2 (0) | 2022.09.06 |
자기대상 (0) | 2022.09.03 |
주체적 경험으로서의 자기 (0) | 2022.09.03 |
정신분석학에서의 자기개념 (0) | 2022.09.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