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용하는 "셀프"라는 용어는 일상의 다양한 상황에서 종종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셀프"와 관련하여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단어는 "셀프서비스"라고 생각하는데, 그 말의 사전적 정의는 음식점이나 슈퍼마켓 같은 곳에서의 판매 방법을 뜻한다. 우리는 종종 음식점에서 "물은 셀프", "음료수는 셀프"라는 말들이 붙는 것을 본다. 이는 물이나 음료수는 따로 가져다주는 서비스를 하지 않으니 직접 스스로 가져다가 먹어야 한다는 셀프서비스의 의미를 반영하고 있다. "셀프타이머"라는 말은 주로 카메라의 어떤 기능을 나타내는 명칭으로 쓰이는데, 일정 시간 후에 자동으로 셔터가 눌리게 되어 있는 카메라의 장치를 가리킨다. 즉 사람이 셔터를 누르지 않아도 카메라 혼자 스스로 셔터가 눌러지도록 기능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말은 셀프라는 말을 빼고 그냥 "타이머"라고도 하여 전기밥솥이나 오븐 같은 가전제품에서 미리 지정해 놓은 시간에 요리를 스스로 시작하고 마치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의미로도 흔히 쓰인다. 이는 시간을 조절해 주는 기능을 스스로 수행하고 있다는 의미에서의 셀프의 쓰임인 것이다. 이러한 셀프서비스의 의미로부터 셀프의 사용은 확산하여 "셀프주유소, " "셀프세차장" 같은 용어들도 생겨났다. 셀프주유소라 하면 자동차 연료를 주유소 직원들이 넣어주는 것이 아니라 연료를 사려는 사람이 직접 자동차에 주유하는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는 주요소를 말하며, 자동차를 닦을 수 있는 시설을 제공하고 세차는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되어있는 세차장을 셀프세차장이라 부른다. 이제는 누군가 그 말들의 뜻을 정확하게 정의해 주지 않아도 우리는 음식점에서, 주유소에서, 세차장에서 대부분 그 말들의 의미를 알아듣고 그대로 셀프서비스를 행한다. 그런데 이 셀프라는 말은 사실상 한국어의 사전적 정의로서 표준국어대사전에 "자아"로 명기되고 있다. 여기에서 자아는 심리학적 측면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식이나 관념을 나타내는 것으로 정의되는데, 정신 분석하에서는 이드(id), 초자아(superego)와 함께 성격을 구성하는 한 요소라고 나타나 있는 것으로 볼 때 "ego"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철학적 측면에서 자아는 대상의 세계와 구별된 인식과 행위의 주체이며 체험내용이 변화해도 동일성을 지속하여 작용 · 반응 · 체험 · 사고 · 의욕의 작용을 하는 의식의 통일체라고 정의되며, 이러한 의미로서의 자아는 "나"라는 명사와도 동일하게 쓰인다. 그러나 또한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철학적으로 자아를 일컬을 때 "자기"라는 말과 공용으로 쓰이기도 한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심리학적으로는 자기라는 말에 대한 뚜렷한 정의가 포함되어 있지는 않다. 이렇게 볼 때, "셀프"와 "자아", "자기", 그리고 "나"라는 말들은 그 언어학적 정의와 사회문화적 용례, 그리고 추상적이고 제한적인 심리학적 개념들로부터 혼합되어 혼용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혼용 속에서 현재 심리학적으로 영어의 "ego"는 자아로, "self"는 자기로 번역되어 사용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심리학적 용어로써의 셀프는 아직도 자아와 자기라는 두 용어로 구분 없이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셀프라는 말을 자기보다는 자아라고 옮기는 것에 더 익숙해 보이며 자기보다는 자아라는 용어를 더 선호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는 아마도 한국어의 자기라는 말이 가지는 의미들이 그 쓰임들 속에서 심리학적으로 자아라는 말이 가지는 의미와는 사뭇 다르다고 느끼게 되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자기라는 말은 자신을 가리키는 명사로서 또는 앞에서 이미 말하였거나 나온 바 있는 사람을 도로 가리키는 삼인칭 대명사로써 쓰인다. 여기에서 삼인칭 대명사로의 쓰임은 제외하고 자신을 가리키는 명사로서의 쓰임으로 볼 때, 자기라는 말은 대개 자기주장, 자기 관리, 자기중심, 자기 과시, 자기만족 등과 같은 복합어에서 자기 생각, 태도, 행위, 존재 등을 중요시하거나 주장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마치 그 말들의 쓰임 안에 들어있는 자기라는 말은 매우 자기중심적이거나 심지어는 이기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듯 느껴진다. 심리학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식이나 관념을 나타내는 자아라는 말은 오히려 같은 셀프라는 용어를 지칭한다고 해도 자아존중감, 자아실현, 자아 성찰, 자아 계발 등과 같은 쓰임에서 볼 수 있듯이 자기라는 말에서 오는 무엇인가 부정적인 느낌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용례들은 모두 자기 존중감, 자기실현, 자기 성찰, 자기 계발 등으로 자아를 자기로 바꾸어 사용할 수 있고 여기에서 자기의 의미는 자신만의 무엇을 자기중심적이거나 이기적으로 주장하는 것 같은 부정적인 의미는 전혀 없다. 이런 의미에서 자기와 자아란 말들의 쓰임에 대한 차이는 셀프에 대한 일상적 용례들을 포함하여 다분히 한국의 사회 문화적 정황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한국인들에게 있어서 자기라는 말은 자기 정체성, 그리고 자기 존중감 등과 관련한 자기의 문제에서조차 자칫 자기중심적이거나 이기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문화 심리적 내용 안에서 쓰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심리학적인 용어로써의 셀프, 특별히 자기 심리학에서의 셀프라는 용어는 자기를 옮겨서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하며, 자기(self)와 자아(ego)라는 용어들의 쓰임은 그 심리학적 개념에 있어서 이제 구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것은 한국 문화적 정황에서의 쓰임을 넘어서서 정신분석학이 발전해 온 이야기들 속에서 자아와 자기 개념들의 변천 과정이 분명히 존재해 왔기 때문이며, 그 속에서 자기 심리학이라는 새로운 "자기"의 심리학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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