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고전적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치료 방법이란 해석을 통해서 무의식 안에 갇혀있던 것들을 의식으로 끌어올려 주는 것을 의미해왔다. 여기서 해석이란 환자의 무의식적인 갈망 혹은 그러한 무의식적 갈망이 드러나는 것에 대한 방어의 내용에 대하여 분석가가 환자에게 설명하고 새롭게 인식시켜주는 것이다. 즉 해석이란 결국 분석가가 환자의 수수께끼 같은 정신 현상에 대하여 일종의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되고, 따라서 정신분석에서는 권위적이고 객관적인 분석가의 인지적 통찰이 우선하여 강조되어 왔다. 그러한 정신분석의 전통적 분위기 속에서 코헛은 정신분석의 치료과정에서 한 개인의 주관적 경험에 대한 공감적 몰입을 강조함으로써 타인의 내적인 삶 안에서 치료자 자신을 투입하여 자신을 스스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능력으로서의 공감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제시하였다. 코헛의 이러한 관점은 정신분석학이 태동했던 19세기 자연과학의 학문적 배경의 영향에 따라 전통적으로 정신분석에서 강조되던 분석가 혹은 치료자의 개인적인 편견이나 판단에 대해 매우 철저한 통제로부터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는 분석가 혹은 치료자를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관찰자로 보는 프로이트의 전통적인 견해에 도전하는 매우 획기적인 변화를 보여주었다. 그런데도 코헛은 그의 초기 연구에서 제시한 대리적 내성으로서의 공감에 대한 개념에 덧붙여 이후 그의 연구에서 공감은 본질적으로 중립적이고 객관적이며 주관적이지 않다고 언급하고, 대리적 내성으로서의 공감이란 객관적인 관찰자의 자세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타인의 내적인 삶을 경험하려 애쓰는 것이라 하고 있다. 즉 공감은 가치-중립적인 관찰 도구라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치료자는 결국 자기 자신이 내담자의 내부 세계로 들어가서 내담자의 생각과 경험을 이해하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중립성과 객관성은 유지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코헛의 이러한 부연 설명은 치료의 전문성을 가진 정신분석가로서의 직업적 경계를 내포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과연 순수한 의미에서의 이러한 공감적 자세가 가능할지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Robert D. Stolorow는 이러한 코헛의 관점에 대해서 지적하기를 정신분석적 대화에서 치료자가 내담자에 대해서 중립적이거나 객관적으로 되려면 치료자는 내담자와의 공감적 대화 속에서 치료자 자신 안에 심리적으로 형성되는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고 보았다. 코헛이 부연하는 공감의 개념에 따른다면 그렇게 해야만 치료자는 순수하게 그러고 어떤 선입견과 편견도 없이 내담자의 주관적 세계를 대리적으로 관찰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이다. 그러나 치료자의 마음속에 스스로 느끼는 심리적 주관성 없이 내담자의 정신세계 안으로 들어가서 공감을 형성한다는 것은 아무리 훌륭한 치료자라 할지라도 불가능한 일이라도 Stolorow는 주장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코헛이 말하는 관찰자의 중립적 태도란 치료자의 정확한 분석을 위해 내담자에게 최소한으로 반응하면서 치료자 자신의 심리적인 모든 다른 영향들을 차단하는 수동적인 태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코헛이 말하는 분석적인 중립성은 타인의 내적인 삶 안으로 들어가는 공감적 몰입을 통해서 얻은 통찰을 가지고 치료자 혹은 돌보는 이가 평균적으로 보이는 반응성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평균적인 공감적 반응성이라는 것은 넓은 범위의 적용 가능성과 많은 개별적 다양성 안에서 보통 수준으로 제공되는 공감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감의 평균적 반응성은 그렇다고 해서 원칙적으로 정확한 해석을 제공하기 위해서 그것이 심리학적으로 프로그램되어 맞춰진 컴퓨터의 기능 같은 것은 아니다. 즉 공감의 중립적 자세란 코헛에게 있어서 물론 애정이나 동정과 같은 것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확한 인지적 해석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코헛이 언급하는 객관적인 관찰자의 공감 자세는 자신의 심리적 주관성의 모든 것을 포기한 관찰자의 이상적이고도 완벽한 객관적 관찰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코헛은 사실상 치료자의 공감 주관적 세계에 대하여 매우 함축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이것은 바로 공감에 대하여 코헛의 나중 연구에서 언급하게 된 설명과 해석의 개념 때문이다. 즉 대리적 내성으로서의 공감에 대한 코헛의 개념은 코헛의 기초연구에서 밝혀진바 첫 번째 분석단계로 본 이해로서의 공감의 의미와 역할인데, 이후의 연구에서 그는 내성적 방법의 관찰을 통해서 첫 번째 분석단계에서 이해된 자료들을 이론적 맥락에 맞추는 두 번째 분석단계인 설명과 해석을 추가했다. 이해로서의 공감이 경험에 가까운 수준인 낮은 형태의 공감이라면, 설명과 해석으로서의 공감은 경험과 거리가 먼 수준인 높은 형태의 공감을 의미한다. 설명과 해석의 단계에서의 공감의 역할은 치료자 자신의 이론적 통찰이며 이것은 공감적 이해에 토대 되어 있다. 따라서 코헛의 해석은 프로이트의 전통적인 해석의 방법과는 달리 내담자의 경험에 대한 깊은 공감적 이해를 통한 설명이며 그러한 설명이나 해석은 치료자가 내담자에게 객관적이고 인지적으로 제시하는 어떤 해답과 같은 것이 아니다. 코헛의 해석은 내담자에게 자신이 이해받고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깊은 감정적 경험을 가질 기회를 새롭게 제공해 주며 이러한 내담자의 경험은 분석적 치료의 본질적인 요소가 된다.
'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리적 내성 (0) | 2022.10.15 |
---|---|
섭식장애의 치료와 돌봄 (0) | 2022.10.12 |
자기의 장애로서의 섭식장애 - 여성의 자기 결핍 (0) | 2022.10.10 |
자기의 장애로서의 섭식장애 - 자기의 결핍 (0) | 2022.10.07 |
섭식장애의 이해 - 폭식증(신경성 대식증) (0) | 2022.10.04 |
댓글